당연히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초반부터 쏟아졌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국회가 오랜 토의를 거쳐 이미 22일 증인으로 채택했는데도 안 나오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동행명령서를 발부해 다음달 10일 확인 감사 때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통합신당주비위 김부겸(金富謙) 의원 등은 “국감 불참 증인에게 동행명령서를 발부한 적이 없으므로 재출석요구서를 발부하자”고 맞섰다.
출석하지 않은 11명이 밝힌 사유는 대부분 “국감 1주일 전 출석요구서를 받아야 하는데 6일 전인 23일 요구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안 전 부소장은 “21일 자전거를 타다 늑골을 다쳐 입원 치료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감출 수 없었던 의문은 의원들이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불출석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정무위 소속인 한 한나라당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씨가 며칠 전 정무위 국감에 같은 이유로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이들의 불출석은 사전 예고된 것이었는데도 사전준비를 소홀히 해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밝히겠다”는 의욕을 갖고 어렵게 증인 채택은 성사시켰지만 정작 의원들은 증인 출석에 필요한 기본적 법적 요건인 ‘1주일 전 출석요구서 전달’조차 지키지 못해 ‘핑계 거리’를 준 셈이다.
결국 이날 국감은 각 당이 이들에 대해 동행명령서를 발부해 다음달 10일 이들의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의결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5시간이나 훌쩍 흘러갔다. 물론 이날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일부 불출석 증인들은 이날 국감 시작 1시간 전에야 팩스 등으로 불출석을 통보하는 등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는 현안들을 파헤치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라면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좀 더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이승헌 정치부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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