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두율 파문’ 배후는 뭔가

  • 입력 2003년 10월 2일 18시 27분


‘송두율 파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해외민주인사’의 자격으로 환영을 받으며 귀국해 우리 사회에 크나큰 혼란을 일으키게 된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친북인사에 휘둘려 국민을 놀라게 한 정부의 책임은 무겁다. 더구나 정부가 통과의례 성격의 조사를 거쳐 송씨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송씨의 처리가 중요하지만 정부에 쏠리는 국민의 의혹 또한 반드시 풀어야 한다.

송씨 파문의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정보원에 있다. 국정원은 송씨의 정체를 알면서 그의 미화를 사실상 방치했다. ‘공소보류 의견’을 숨기기 위해 국회에 거짓보고를 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고의적으로 그런 것인지,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고위층과 수사실무자들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국정원은 결정적인 증거를 입수해 송씨가 꼼짝없이 친북 행적을 시인하게 만들었다. 지금 같은 혼란의 시기에 빛도 나지 않는 대공업무에 종사하며 책임을 다한 수사관들이 있다는 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으려면 국정원이 ‘수상한 행동’을 한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의 송씨 처리는 결과적으로 그를 보호하기 위한 배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비록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송씨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청와대 방문을 추진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송씨의 귀국을 앞두고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공영방송인 KBS가 두 차례에 걸쳐 송씨를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누군가 다방면으로 각본을 짜놓고 송씨를 귀국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몰라서 그랬다’는 해명만으로는 안 된다.

송씨를 두둔할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하게 해명해야 한다.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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