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롯데전이 열린 2일 대구구장. 수천명의 관중이 뜰채와 잠자리채를 들고 이승엽의 아시아 신기록 홈런 볼을 노렸지만 정작 볼을 주운 주인공은 신기록 수립에 대비해 축하이벤트를 준비하던 삼성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좌중간 펜스를 넘은 이승엽의 56호 홈런 볼은 관중석 바로 앞 철조망을 맞은 뒤 담장과 펜스 사이의 공간으로 떨어졌다.
홈런이 터지는 순간 대형 현수막을 올리려고 대기 중이던 삼성 라이온즈 이벤트 대행업체인 ‘놀레벤트’의 여현태(35·대구 북구 산격동), 장성일씨(28)는 얼떨결에 공을 주웠다. 이미 관중은 철조망을 넘어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장씨는 여씨에게 “통천은 내가 올릴 테니 팀장님은 공을 가지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름 넘게 대구 서울 광주를 오가며 이승엽의 신기록 수립을 기다렸던 현수막은 수많은 관중에 묻혀 올라가지 못했다.
여씨는 “역사적인 공을 주워서 정말 기분이 좋다. 원래 삼성과 이승엽의 팬이었다. 홈런 볼은 함께 일한 이벤트팀원들과 협의해 삼성 구단에 기증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전부터 만약 내가 주우면 그 자체로 영광이고 공은 기증하겠다고 팀원들에게 말했다”며 “홈런 볼을 팔아 돈을 벌 욕심은 없다”고 밝혔다.
대구〓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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