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김수복 '새-하늘민박2'

  • 입력 2003년 10월 15일 22시 09분


코멘트
저녁을 먹고

어머니의 팔을 껴안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문을 나서니

어머니의 몸 안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습니다

저녁노을 속에도

붉게 물든 깃털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 시집 ‘사라진 폭포’(세계사) 중에서

옛날, 나이든 아들이 늙은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았을 때에 그 매가 아프지 아니하고 너무 약해 눈물을 흘렸다던가.저녁 산책에 껴안은 어머니의 팔이 깃털처럼 가벼워 흠칫 놀란다. 왜 아니 콧날 시큰하련만 섣불리 내색 않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딴청이다.늙고 메말라 나뭇등걸 같은 어미의 품안에 새들이 지저귀

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아니, 당신 스스로 온몸으로 새가

되어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날갯죽지 놓아드릴 때가 왔음을 안다. 마침 올려다본 노을이 붉다. 벌써 누군가 지상을 떠나 저 구름나라 하늘 민박집을 찾았나보다. ‘민박 ’이 라 말해 놓 고 나니 적이 안 심이 된다. ‘민박’은 곧 ‘여행 중’. 여행의 끝 은 ‘돌아옴 ’ 아닌 가.보내도 아주 보 내지는 않겠다 는 안간 힘이 ‘하늘 민 박’이라는 아 름다운 조어를 만들어 냈지만 , 시치미 떼 고 여전히 한일 자 입 굳게 다물 지만, 붉 은 노 을 그렁 그렁 한 광대 뼈 위 눈물둑이 위태롭다.

반칠환 시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