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팔을 껴안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문을 나서니
어머니의 몸 안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습니다
저녁노을 속에도
붉게 물든 깃털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 시집 ‘사라진 폭포’(세계사) 중에서
옛날, 나이든 아들이 늙은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았을 때에 그 매가 아프지 아니하고 너무 약해 눈물을 흘렸다던가.저녁 산책에 껴안은 어머니의 팔이 깃털처럼 가벼워 흠칫 놀란다. 왜 아니 콧날 시큰하련만 섣불리 내색 않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딴청이다.늙고 메말라 나뭇등걸 같은 어미의 품안에 새들이 지저귀
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아니, 당신 스스로 온몸으로 새가
되어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날갯죽지 놓아드릴 때가 왔음을 안다. 마침 올려다본 노을이 붉다. 벌써 누군가 지상을 떠나 저 구름나라 하늘 민박집을 찾았나보다. ‘민박 ’이 라 말해 놓 고 나니 적이 안 심이 된다. ‘민박’은 곧 ‘여행 중’. 여행의 끝 은 ‘돌아옴 ’ 아닌 가.보내도 아주 보 내지는 않겠다 는 안간 힘이 ‘하늘 민 박’이라는 아 름다운 조어를 만들어 냈지만 , 시치미 떼 고 여전히 한일 자 입 굳게 다물 지만, 붉 은 노 을 그렁 그렁 한 광대 뼈 위 눈물둑이 위태롭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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