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팬이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 들고 나온 문구처럼 85년간 이어져 온 ‘밤비노의 저주’는 또다시 풀리지 않았다. 베이브 루스의 악령이 여전히 보스턴 레드삭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보스턴이 믿기지 않는 역전패로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가 3승3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17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최종 7차전.
2003 메이저리그 챔피언십시리즈 ① ② ③
경기 전 미국 언론은 이를 ‘금세기 최고의 게임(Game of the century)’으로 명명했다. 최고의 라이벌 팀에다 7차전이었고 양 팀 선발은 로저 클레멘스(양키스·사이영상 6회 수상)와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사이영상 3회 수상).
숨막히는 긴장감이 양키스타디움을 휘감은 가운데 플레이볼된 경기에서 초반 주도권을 잡은 쪽은 보스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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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은 2회 트로트 닉슨의 2점포와 4회 케빈 밀러의 솔로홈런 등을 묶어 초반에 4-0으로 앞서 나갔다. 양키스의 제이슨 지암비가 연타석 솔로아치를 그려내며 추격했지만 7회까지 스코어는 5-2로 여전히 보스턴의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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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에 홀렸는지 보스턴 그래디 리틀 감독의 고집이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이미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선발 마르티네스는 7회부터 직구의 위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리틀 감독은 불펜진을 가동하지 않고 마르티네스로 계속 밀어붙였다.
8회 1사 후 데릭 지터의 2루타에 이은 적시타, 마쓰이 히데키의 2루타가 계속 터지는데도 리틀 감독은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1사 2, 3루에서 호르헤 포사다의 2타점짜리 적시타가 터지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5-5 동점.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갔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8회 기적 같은 동점을 만든 양키스로 기울었다. 양키스는 연장 11회말 선두 에런 분이 보스턴 팀 웨이크필드의 초구 너클볼을 좌측 스탠드에 꽂아 현지시간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계속된 4시간여의 대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스코어는 6-5.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양키스는 19일 오전 양키스타디움에서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1차전을 갖는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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