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국정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된 일이다. 박주현 대통령국민참여수석비서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 내부에 전투병 파병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미동맹 파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의 말까지 했다.
실제로 일부 수석들이 전투병 파병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야출신과 386 참모 중에는 전투병을 보낼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파견부대의 성격 등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고 출국한 마당에 수석비서관이 이를 어기면서 청와대 내 파병 논란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파병과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띤 사안에 대해 비전문가인 국민참여수석이 나설 일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파병문제로 국민 간에 의견이 갈려 심각한 국론분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치권 또한 시끄러운 가운데 '정신적 여당'이라는 통합신당마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럴수록 앞장서서 국론분열을 막아야 할 청와대 참모들이 마치 시민단체처럼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청와대 내부마저 논란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지금 정상외교 중이다. 엊그제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파병이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줄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의 수족'들 입에서 한미동맹을 해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의 중추인 청와대가 이렇게 중구난방(衆口難防)이어선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비서는 입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대통령과 딴 소리를 내는 참모는 말로만 '사퇴 불사'를 외치지 말고 당장 청와대를 떠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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