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당은 다음날인 24일 이미경 허운나 두 여성 의원을 ‘명예의원’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들을 명예의원으로 위촉해 의총에 계속 참여토록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도 전원 동의했다. 따라서 이재정 의원 등 3명도 이들의 뒤를 이어 탈당하면 명예의원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그동안 ‘명예의원’이라는 직명에 걸맞게 처신해 온 것일까. 이들은 민주당 분당 전후 “탈당하라”는 주류 의원들의 요구에 “남의 일이라고…”라며 눈을 흘겼다. 그 후 9월에는 “국감 직후(10월 11일) 탈당을 하겠다”며 스스로 마지노선을 정했다. 그러나 곧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이 나오자 탈당을 미뤘고, 16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대정부질문을 마치고서야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이벤트’도 그리 명예롭게 진행된 것 같지 않다. 이미경 의원은 “당무회의에서 머리채를 잡히는 정당 구조에서는 소신껏 의정 활동을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을 통렬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때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요구를 외면하고 의원직 유지를 위해 민주당 당적 유지를 고집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꽤나 오랫동안 연출했다.
허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지역구(성남 분당갑 지구당 위원장)를 맡고 있는 만큼 의원직 사퇴는 무장해제와 같은 요구”라며 동정 여론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이런 전국구 의원들의 기회주의적인 행태에 대해 진작 신당행을 택한 386 운동권 출신의 전 원외위원장은 “전국구 의원들은 탈당하더라도 전 의원이라는 타이틀이라도 갖지만 우리는 탈당하면 빈털터리”라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털어 놓았다.
그나마 이미경 의원 등은 아직도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조배숙(趙培淑) 김기재(金杞載) 의원보다는 ‘명예’를 지킨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 의원은 24일 오후 돌연 성명을 내고 “예산안 심의 등 현안이 산적한 이 시점에서의 의원직 사퇴는 대의를 버리고 소아를 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건 우리당이 이들 2명이 뒤늦게 탈당해도 명예의원으로 위촉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승헌 정치부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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