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가 4월 법원에 나와 ‘생활비는 측근과 자식들이 보태 줘 살고 골프는 전관예우로 받은 회원권으로 친다’고 했을 때부터 집권 당시 기업체로부터 챙긴 2000억원대의 비자금은 어디 있을까 의문이었다. 돈이 없다면서도 전씨는 얼마 전 ‘경찰의 날’에 10만원 상당의 호접란을 보내는 등 허세를 보이더니, 이번에 정체불명의 돈이 전씨 차남인 재용씨와 관련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그 돈이 어떤 돈인가. 기업이 투자하거나 근로자에게 나눠줄 돈을 전씨가 가로챈 것이 아닌가. 전씨가 감춘 비자금이 이 돈뿐일 리가 없다. 검찰 기록에도 16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고 했다. 전씨의 비자금은 지금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정치자금의 ‘뿌리’나 다름없다. 쿠데타로 집권해 부정부패 정치인의 재산을 초법적으로 환수했던 전직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거둔 돈으로 식구들까지 치부(致富)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전씨는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314억원만 납부했을 뿐이다. 검찰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가 숨긴 돈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추징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하므로 전씨 친지들 재산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씨가 현금이 하나도 없다고 한 ‘거짓 진술’에 대해서도 처벌 여부를 따져야 한다.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씨가 부정 축재한 돈을 끝까지 찾아내 국고에 강제 환수하는 것은 왜곡된 역사와 사회정의를 그나마 바로잡는 길이 될 것이다. 정치자금을 빙자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검찰의 책무가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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