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식이라는 물건은 참으로 이상하다. 쌀수록 외면하고, 비쌀수록 사려고 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상품이다.
정은미씨의 남편은 바로 이 ‘이상야릇한’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을 직업으로 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또한 주식을 살 때엔 절대로 정상가에는 사지 않는다. 반드시 ‘세일기간’에 할인된 가격에 산다.
그는 수십년에 한번 올까 말까하는 외환위기 구제금융(1997∼1998년)이라는 ‘대 바겐세일’ 기간 중에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 주식을 3만5000원에, 주택은행을 3000원에 매수했다. 그때 샀던 주식은 얼마 되지 않아 10배 이상 올랐다.
1999년 말에서 2000년 초엔 ‘가치주 처분 바겐세일’이 있었다. 모두가 기술주 열풍에 정신이 팔린 때였다. 정은미씨의 남편은 롯데칠성을 6만원에, 태평양을 1만8000원에 각각 매수했다. 이들은 지금 각각 50만원과 1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후에도 한국 주식시장에는 2001년 9·11테러, 북한 핵사태, 카드채 사건 등 아주 싼 값에 주식을 사서 정상가에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이렇듯 가치투자는 싼 가격에 사서 기다리다가 적정가에 도달하면 매도를 하는 아주 단순한 투자방식이다. 필요한 것은 가격이 가치에 근접할 때까지 보유하는 인내심과 절제력이다.
가치투자는 어쩌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투자방식일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이라는 인간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인간의 본질과 속성을 벗어난 투자행동를 요구한다. 가치투자는 인간의 본성인 욕망 두려움 질투 조급함 등 모든 것들을 던져버리고 대신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소외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 절제력, 소박함을 가지라고 요구한다.
가치투자자는 가장 사고 싶을 때(최상의 상황) 주식을 팔아야 하고, 가장 팔고 싶을 때(최악의 상황) 주식을 사야만 한다. 가치투자 성공의 열쇠는 어떤 전문지식이나 내부자정보보다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이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자문운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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