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안방까지]<4>해외 '큰손' 국내상륙 러시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03분


지난달 21일 하나로통신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 본사 대회의실.

이날 뉴브리지-AIG컨소시엄으로부터 1조3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는 안이 극적으로 통과되자 하나로통신 임직원은 ‘골리앗’ LG를 물리친 것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날의 승리는 하나로 통신과 뉴브리지캐피탈의 공동 승리였다. 뉴브리지가 LG측 백기사인 칼라일그룹을 뿌리친 것.

▽한국시장을 노리는 해외펀드들=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부실채권 매입의 ‘큰손’으로 뛰어들었던 론스타. 2001년까지 모두 2조30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2∼3배의 수익을 올렸다.

론스타는 부동산 매입에도 적극 나서 99년 동양증권 여의도사옥에 이어 2001년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I-타워를 매입하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론스타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아 200여억달러의 투자자금 중 75%를 이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스티븐 리 한국시장 총책임에게 투자 결정권을 일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아시아 헤드쿼터를 서울에 두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뉴브리지는 ‘새로운 아시아를 위한 자본(Capital for the New Asia)’이라는 모토로 성장 가능한 아시아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뉴브리지는 94년 미국의 텍사스 퍼시픽그룹(TGP)과 블럼 캐피털 파트너가 설립한 투자펀드로 세계적으로 2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기업 TGP를 포함하면 운용자산 규모가 15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 시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인수합병(M&A)전문가로 불리는 박병무씨가 맡고 있다.

칼라일그룹은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투자펀드로 87년 설립돼 16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지역도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전역을 커버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프랭크 칼루치 전 미국 국방장관 등 미 정치권과의 끈끈한 커넥션을 자랑한다.

한국시장은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사위인 김병주 칼라일아시아그룹 회장이 총책임을 지고 있다.

▽해외펀드에 맞설 국내펀드 나와야 한다=국내에 진출한 해외 투자자본은 △뉴브리지캐피탈, 론스타, 칼라일그룹 등 프라이빗에퀴티펀드(Private Equity Fund·일종의 사모펀드)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등 전통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소버린자산운용, 캐피털그룹 등의 자산운용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최근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는 그룹은 프라이빗에퀴티펀드. 이들 펀드의 실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우병익 KDB 론스타 대표는 “이들 펀드는 소수의 연기금, 대학기금, 갑부 등을 대상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며 “투자자들은 해외펀드의 높은 수익률을 믿고 과감하게 자금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갑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국내에서도 해외 펀드에 맞설만한 ‘토종’ 프라이빗에퀴티펀드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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