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투표를 통해 민노총의 파업 방침을 거부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민노총이 추진해 온 오늘의 부분파업과 12일의 총파업이 근로자들 사이에서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기아차 노조원들은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세몰이 식’ 총파업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민노총의 파업에 참가하기로 했지만 전체 노조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대의원회의에서 파업 참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차 노조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했다면 부결됐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노총이 내세운 이번 파업의 명분은 사측의 손해배상 가압류 해제와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철폐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파행에 이르게 된 데는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노동계의 책임도 크다. 노조가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면 사측이 손배소송을 낼 이유가 없다. 또 노조가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더구나 정부가 손배 가압류 및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해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는 파업을 강행할 명분이 없다. 민노총은 국내외 기업의 투자기피 확산과 국가신인도 저하 등 경제 전반의 악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행동할 때가 됐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민노총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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