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드 강혁의 별명은 ‘동심’이다. 얼굴이 어린아이 같다고 팬들이 몇 년 전 붙여준 것. “지금도 동심이라고 불러주는 팬들이 많아요. 제가 28세처럼 보이지 않는대요. 23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코트에 들어서면 딴판이다. 그에게 요즘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파이터’와 ‘근성’이다. “내 생각에도 내가 동심이보다는 파이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는 부어오른 왼쪽 발목에 신경이 쓰여 쉬는 날이면 꼭 재활훈련을 한다. 시범경기에서 접질린 발목 외에 최근에는 경기 도중 오른 손목을 다쳤고 상대 선수와 부딪쳐 어깨 통증도 심하다. 몸을 사리지 않는 ‘파이터’로서 얻은 부상들이다.
상무에서 제대하고 올 시즌 복귀한 그는 7승1패로 TG와 공동 선두를 달리는 삼성 초반 돌풍의 주역. 강혁은 10일 현재 자유투 성공률 3위(90.3%) 어시스트 6위(경기당 4.75개) 가로채기 8위(경기당 1.5개)에 올라 있다.
삼성은 서장훈과 데릭 존슨의 골밑공격이 위력적이지만 백코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상대팀은 이 아킬레스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강혁은 스피드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비 때마다 투입돼 상대팀 발 빠른 슈터들을 1 대 1로 마크하며 기세를 꺾는다. “삼성이 훨씬 끈끈해졌다”는 평은 강혁의 활약 덕분이다. 그러다가 3점슛이나 중거리슛도 한 방씩 먹인다.
강혁은 9일 LG전에서 전반 46-44, 후반 69-63으로 추격당했을 때 결정적인 3점슛 2방으로 LG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로채기도 3개를 기록했다.
강혁은 서장훈과도 손발이 잘 맞는다. 그가 골밑으로 파고든 뒤 림과 45도 각도에 서 있는 서장훈에게 내주는 패스는 확실한 득점루트. 서장훈은 이 위치에서의 슛 성공률이 특히 높다.
강혁이 있기에 서장훈-데릭 존슨의 ‘트윈 타워’는 더욱 빛난다. 삼성 관계자는 “수비 잘하지, 위기에서 한 방 터뜨려주지…, 한 마디로 안아주고 싶다”며 칭찬에 입이 마른다.
김동광 감독은 몇 가지 주문 사항을 달았다. “시야를 좀 더 넓힐 것, 상대 수비를 더 많이 유인한 뒤 밖으로 패스해 줄 것, 골밑으로의 어시스트 능력을 기를 것” 등. 그러나 그도 강혁이 ‘복덩이’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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