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슈바이처의 유산'…제2의 슈바이처가 된 백만장자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22분


◇슈바이처의 유산/알베르트 슈바이처, 윌리엄 래리머 멜런 주니어 지음 이종인 옮김/262쪽 9000원 시공사

1947년 10월 6일자 ‘라이프’지에 실린 한 기사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살던 37세 남자의 마음을 바꿔놓았다. 걸프오일과 멜런은행을 소유한 재벌가의 일원인 백만장자 윌리엄 래리머 멜런 주니어. 그가 본 기사는 아프리카 정글에서 원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노의사, 72세의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인가.’

깨달음을 얻은 멜런 주니어는 의사가 돼 남미 어딘가에서 의료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슈바이처에게 자신의 결심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이후 두 사람은 슈바이처가 196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랑스어로 18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편지를 담은 이 책은 35년의 연령차를 뛰어넘어 영혼으로 묶인 두 사람의 신뢰와 존경을 보여준다.

슈바이처는 의사 공부, 병원 인력을 뽑는 방법 등 실용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봉사정신을 멜런 주니어에게 하나씩 물려줬다. 멜런은 기쁨과 존경의 뜻을 담아 자신의 활동을 슈바이처에게 알렸다. “당신을 알고부터 나는 예전의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멜런 주니어는 의사 자격증을 딴 직후인 1954년 중미 아이티의 아르티보니트 계곡을 찾았다. 거기서 그는 전 재산을 털어 슈바이처의 이름을 딴 병원을 짓고 의사를 고용해 환자를 돌보고 교육시설을 마련했다.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멜런 주니어는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슈바이처가 아프리카에서 한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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