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7년 만에 여성 바둑의 정상에 오른 조혜연 4단(18·사진).
최근 여류국수전에서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을 2 대 0으로 꺾고 여성 바둑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조 4단의 승리는 1990년대 초 이창호 9단이 당시 천하무적인 조훈현 9단을 누른 것과 같은 무게의 사건이다.
“이번에 이기긴 했지만 루이 9단이 여전히 강해요. 제가 타이틀을 딴 건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는 한사코 겸손이 아니라며 “루이 9단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누구보다 바둑공부를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규병 9단은 조 4단을 천재형 기사라고 말한다. 조 4단은 프로기사 입단을 위한 정식 코스를 밟지 않고도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그의 기재는 하늘이 내려준 것이라는 뜻이다.
집이 경기 수원시에 있는 조 4단은 한국기원이 있는 서울까지 혼자 오갈 수 없었다. 노근수 아마 6단이 운영하는 동네 기원에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조 4단의 라이벌인 박지은 4단이 연구생으로 착실히 수업을 받은 것에 비하면 ‘야인’으로 떠돈 셈.
조 4단은 대신 PC통신 ‘천리안’ 바둑실을 무대로 삼았다. 어린 나이에 바둑 실력이 야무진 조 4단은 금세 천리안 바둑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임동균 박영균 7단 등 고수들도 조 4단과 자주 상대해줬다. 그는 “PC통신이 없었다면 아마 바둑 아닌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동냥 바둑’을 두었지만 일취월장의 실력으로 바둑을 배운 지 3년 만에 입단 수준에 올라섰다. 그의 11세 입단은 조훈현 이창호 9단에 이어 3번째 최연소 입단 기록. 입단 후 대회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와 함께 오갔다.
아직도 그는 1주일에 한번 프로기사 연구모임인 충암연구회에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주로 집에서 바둑을 공부한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공부해야 더 집중이 잘 된다는 것.
그는 “인터넷 바둑사이트인 사이버오로에서 다른 프로기사와 제한시간 5분짜리 초속기를 두거나 최신 기보를 내려받아 연구한다”고 말했다. 반상에선 송곳 같은 수읽기로 상대를 울리는 고수지만 강호 세계에선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 같아 고민”이라는 조 4단. 그는 “여성 바둑계의 이창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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