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전날 광주 전남 지역 시도의원 24명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입당을 선언한 것을 목청 높여 비난했다.
“이건 완전히 공작정치의 일환이다.”(한 전 대표)
“탈당했다는 내 지역구(해남-진도)의 도의원 1명은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하더라.”(이 의원)
“탈당한 사람 중 광주 지역의 6명은 진작에 우리당으로 갈 사람들이었다. 지구당에도 이미 오래전에 탈당계를 냈더라. 거짓말 정치의 표본이다.”(강 총장)
한 전 대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을 겨냥해 “도의원까지 ‘철새정치인’을 만들려는 행태”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거물 정치인도 아닌 시도의원들의 ‘이적(移籍)’에 민주당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가 자신들의 ‘텃밭’인 호남지역이 우리당의 공세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실제 민주당의 반발에는 그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창당 명분으로 ‘정치개혁’을 내세웠던 우리당의 최근 행보가 ‘정치개혁’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호남 공략’에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당 워크숍에서는 김한길 전 의원이 광주 민심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광주가 뒤집어질 조짐이 있다. 조금만 더 하면 침체된 우리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2일에는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이 직접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날 광주 전남 시도의원 입당식에 참석해 ‘병풍’ 역할을 할 것을 채근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가 현실인 만큼 물론 우리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신당의 출발이 정치개혁과 전국정당화에 있었음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에게 정치개혁은 제쳐둔 채 “호남을 차지해야 민주당을 거꾸러뜨릴 수 있다”는 식의 지역패권 쟁탈에 골몰하는 듯한 태도는 공감을 얻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고작 호남을 놓고 싸우려고 분당했느냐”는 호남 유권자들의 말을 우리당 지도부는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을 향해 연일 ‘배신자’ ‘철새정치인의 집합소’라며 공격해 대는 민주당의 모습도 볼썽사납지만, “개혁경쟁은 사라지고 호남 쟁탈전만 남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정용관 정치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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