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섹스를 즐기고 사정을 하고 난 다음에 여자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면서 전쟁을 하리라 마음먹는 남자도 있을까. 말하자면 섹스에 재능 없는 무리들이 전쟁을 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것이다.”
24세에 장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던 일본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51)의 연애와 여성론을 담은 에세이. 24세 때부터 지금까지 쓴 60여편의 글을 묶었다. 무라카미의 표현은 거침이 없고, 어떤 주제든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는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의 가치관과 제도를 넘어 서 있는 듯 보인다.
“자살하는 것보다는 미팅에 나가서 남자를 찾는 편이 낫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보다는 전화방에서 남자를 찾는 편이 낫다.” (‘자살보다 섹스’) “언젠가 백마를 탄 왕자님 같은 남성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여자는 정신 수준이 촌뜨기이다.” (‘백마 탄 왕자는 올까?’)
“만약 모든 여자들이 경제적 자립을 하게 되고, 조직의 노동자인 현대판 노예들이 로봇에게 직장을 빼앗기는 날이 오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일부일처제는 붕괴될 것이다. 그럴 경우 여자들은 지금보다 더 정직하게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별 볼일 없는 한 남자를 독점하느니 차라리 멋진 남자의 몇 번째 여자가 되는 게 낫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별 볼일 없는 남자들은 전쟁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남자를 리필해 주세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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