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여의도에서 새만금으로'…도시가 가야할 길

  • 입력 2003년 12월 5일 17시 25분


◇여의도에서 새만금으로/김석철 지음/384쪽 3만5000원 생각의나무

건축은 건축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은 도시로 이어진다. 건축 다음은 도시이다. 건축보다 먼저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도시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건축에 대한 관심도 곰곰이 따져보면 상당 부분은 도시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지금의 우리처럼 지나온 과거에 대한 반성과 치유의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서울의 문제점을 고치고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이 지나온 길을 먼저 알아야 한다. 서울뿐 아니다. 한반도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온 나라가 파헤쳐지고 산야는 중병을 앓고 있다. 개개인들의 마음가짐이 마지막 관건이겠지만 이보다 먼저 정해져야 하는 큰 틀의 철학과 법칙이 있어야 한다. 도시계획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도시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다. 30년 후 내가 사는 도시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내가 사는 도시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도대체 계획이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냥 놔둔 건 아닐까. 그런데 알려주는 데는 없다. 간혹 있어도 금세 정책이나 행정 혹은 법 얘기로 넘어간다. 그것보다는 조형적 문화적 역사적 측면에서 궁금한데 말이다.

이를테면 어번(urban) 콘텐츠나 도시의 이중구조 등의 개념들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주변에 있는 문화재는 어떤 취급을 받는지, 그냥 보존만 하는 것보다 그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지금보다 한강을 좀 더 편안한 곳으로 만들 길은 없는지 등등이다.

‘여의도에서 새만금으로’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도시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도시계획과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보존과 개발 모두를 포괄한다. ‘종묘∼남산간 재개발 계획’과 ‘사대문 안 서울 구조개혁’에서 개발을 과감히 얘기하되 보존할 것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는다. 둘째, 청계천 한강 바다 등 물을 끼고 일어나는 개발 문제를 다룬다. 개천에서 강을 지나 바다에 이르는 한반도의 자연 구조를 중요하게 여긴다. 셋째,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대중적 관심이 많은 사안을 다룬다. 청계천과 새만금 등 현재 진행 중이거나 실패한 사안에 대해서 개선책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넷째, 미시적 차원에서 거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다. ‘서울대 마스터플랜’에서 ‘경주통합 신도시’를 거쳐 ‘황해도시 공동체 도시연합’에 이른다. 다섯째, 테마나 이벤트에 따른 도시 활성화를 모색한다. ‘의왕시 축제의 계곡’과 ‘도자기 엑스포’는 일회용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일부로 남아 도시에 활력을 준다. 여섯째,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간다.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꿈꾸는 한강’은 한강에서 나올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얼굴이다.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건축학 sjim@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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