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토종 농구감독들 ‘용병 길들이기’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11분


맹장 소리를 듣는 LG 김태환 감독. 그런 그도 용병 앞에서는 ‘부드러운 남자’다. 그 이유를 묻자 김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떡합니까. 목마른 X이 우물을 파야지…“ - 사진제공 KBL
맹장 소리를 듣는 LG 김태환 감독. 그런 그도 용병 앞에서는 ‘부드러운 남자’다. 그 이유를 묻자 김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떡합니까. 목마른 X이 우물을 파야지…“ - 사진제공 KBL
‘코트의 팔색조.’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다양한 팀 칼러를 이끌어내는 감독들. 그러나 기본은 역시 사람을 움직이는 ‘용인술’이다.

프로농구에서는 특히 전력의 핵심인 용병관리가 승패의 관건. 용병 농사만 잘 지으면 어느 팀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이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호통치고 때로는 달래고…. 감독들의 말마따나 ‘정말 못 해먹을 짓’이지만 그래도 어쩌랴. 이겨야 하는 것을.

○ 여우형

SK 이상윤 감독은 7일 모비스전이 끝나고 경기 용인 숙소에 도착한 오후 10시경 갑자기 모든 선수를 소집했다. 용병 스테판 브래포드의 25번째 생일임을 뒤늦게 떠올린 것. 그는 직접 생일케이크를 사오고 축가를 불렀다.

10남매 중 둘째로 가족의 생계를 떠맡다시피하느라 생일상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던 브래포드는 “17살 이후 이렇게 성대한 생일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눈물이 글썽. “인간적으로 신뢰를 쌓고 친근감이 오갈 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 전자랜드 유재학 감독, 오리온스 김진 감독도 같은 유형. 감독 노릇 하려면 여우가 되어야하는가 보다.

○ 선물 공세형

LG 김태환 감독은 빅터 토마스가 자신의 크리스찬디오르 시계에 눈독을 들인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서 경기당 평균 턴오버를 2개 이하로 하거나 2점슛 성공률이 60%를 넘으면 시계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넷광인 라이언 페리맨에게는 자유투 성공률 50%를 넘기면 인터넷 사용료를 면제해주고 65%를 넘기면 별도의 선물을 주기로 했다고.

KTF 추일승 감독은 3연승 하면 퍼넬 페리에게 가죽 재킷을 사줘야 한다. 페리는 추 감독이 입은 것을 시즌 초부터 탐냈다고 가죽 재킷은 꽤 비싼데.

○ 설교형

TG 용병 안트완 홀은 기복이 심하다. 그가 죽을 쑤는 날이면 전창진 감독의 설교가 시작된다. “농구를 통해 너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감독과 동료들에게 잘해야 된다.…” 전 감독은 대화의 천재. 그의 능수능란한 설득에 웬만한 용병들은 다 넘어간다. 지난해에도 골칫덩어리 용병 데이비드 잭슨을 말로 휘어잡아 우승을 일궈낸 그다. 물론 올해 재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 일단대피형

SBS 정덕화 감독은 다혈질. 그러나 용병에게는 소리도 지르지 않고 화가 나도 꾹꾹 참는다. 신경을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열을 받을까봐 경기가 끝난 직후엔 만나지 않는다. 대신 다음날 만나 우선 칭찬부터 해주고 나중에 잘못된 부분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최근 모비스에서 물러난 최희암 전 감독도 이런 스타일.

○ 카멜레온형

KCC 신선우감독은 변신의 천재. 스스로 “용병의 특성과 성품에 따라 다양하게 대처한다”고 밝힐 정도다. 성격이 강한 그는 불성실한 용병에게는 오히려 세게 나간다. 훈련시간 등을 엄하게 적용하고 이를 어길시 벌금부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는 용병에게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다. 삼성 김동광 감독도 이 스타일. “말로 해서 안되면 가끔 엄포도 놓는다”는 게 그의 말.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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