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동요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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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라도 안 보면 2렇게 초조한데 3초는 어떻게 기다려. 4랑해 널 사랑해….’ 주니어네이버에 소개된 동요캠프송에서 코믹송 부문 인기 1위인 ‘숫자송’이다. 물론 초등동요 동요마을 같은 ‘건전한’ 분야도 있지만 인기투표 참가 열기는 비교가 안 된다. 또 다른 인기곡인 ‘야채야송’은 야채를 많이 먹으면 피부가 뽀샤시, 몸매도 쭉쭉빵빵해진다고 노래한다. 어린이라고 해서 사랑과 외모에 관심 가지면 안 된다는 법도 없고, 코믹송이 이런 어린이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도 맞다만, 어른들 마음은 개운치 않다. 재미있고 감각적이나 얄팍하다. 아이들이 섹시한 유행가에 열광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동심 속으로 영원히 잠든 석동 윤석중(石童 尹石重) 선생의 동요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고 생명력이 가득할 뿐 아니라 깊이가 그윽하다.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엔 험한 세상 속에서도 옥수수처럼 잘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희망이 넘친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도 단순한 아가 재롱노래가 아니다.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처럼 부모자식의 의미와 핏줄의 끈끈함을 쉽고 짧고도 찡하게 그린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이 동요를 듣다가 노모(老母) 생각에 눈물나더라는 중장년이 있을 정도이니.

▷열두 살 때 아동문학에 뜻을 품고 아흔둘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 어린이와 함께 살았으니 선생은 복 많은 인생인 것 같다. 선생이라고 어려운 일이 없었으랴마는 “어린이 마음처럼 낙관적 생각을 가졌기에 일도 쉽게 풀리곤 했다”는 지인의 전언이다. 다른 운동은 안 해도 ‘어린이운동’을 해서 건강할 수 있었다는 생전의 말씀은 그래서 교훈처럼 들린다. 모두 아이 적 마음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지러운 세상의 난제도 쉽게 풀릴지 모른다. 선생도 1978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자리에서 동심이란 인간의 본심이요, 인간의 양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동요 외면하는 요즘 아이들 나무랄 게 아니라 어른들부터 동요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선생의 동요 ‘키 대보기’는 ‘누구 키가 더 큰가 어디 한번 대보자’면서 ‘올라서면 안 된다. 발을 들면 안 된다’고 규칙을 분명히 했다. 부정과 반칙이 판치는 정국에 대한 준열한 비판처럼 다가온다. 정직하게 대보되 똑같다면? 선생은 ‘내일 다시 대보자’고 했다. 그러면 될 것을, 어른들은 지금이 아니면 패가망신할 듯이 사생결단을 한다. 동요를 되찾아야 할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임을 선생은 하늘나라에서 일깨워주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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