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홍선화/없어도 돕고 살아요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24분


홍선화
한 장 남은 달력이 2003년의 마지막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저물고 있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와 캐럴이 연말을 실감케 하며 한 해의 마무리를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악몽으로 기억되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보다 삶이 더 힘겨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번 겨울은 더욱 추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변에 제과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많아 그들에게 들어 보니 “이번 겨울이 상당히 춥다”고 한다. 예년에 비해 매출이 현저하게 떨어져 저마다 울상이다.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수학능력시험날 등 때에도 매출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고 한다.

12월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년 매출이 좌우되는 것이 제과점이다. 가장 큰 대목인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남아 있다. 시름도 잠시, 제과점 주인들은 지금 숨 돌릴 틈도 없이 연말 대목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이익을 뒤로 미뤄놓은 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사람들도 있다. 우리 동네의 한 제과점 주인은 최근 한 끼 식사 해결이 큰일인,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맛있는 빵과 과자를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선물했다고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 매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출이 떨어져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땀을 흘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들 말한다. 삶이 무겁고 고단해서 그런지 웃는 사람들보다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몸이 성하고, 먹고살 만하다는 것만으로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천재지변으로, 생활고로 힘겨운 이웃이 있다면 못 본 척 외면할 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주자.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한 장을 내미는 손길이 이번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해주지 않겠는가.

홍선화 회사원·서울 은평구 구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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