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 김응룡감독 "해영이도 가고, 승엽이도 가고"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4시 38분


4,5년 전 일이다.

해태의 '국보급 투수' 선동렬에 이어 이종범마저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떠나자 '코끼리' 김응룡감독(62·현 삼성)은 "어~.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라는 말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었다. 당시 김감독의 말을 개그맨들이 TV에서 흉내내는 바람에 이 멘트는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이제 2003년 겨울. 김감독에게 4,5년전 상황이 리바이벌 되고 있다. '어~, 해영이도 가고, 승엽이도 가고.'

'가고 시리즈 2탄'이다. 팀타선의 차포 역할을 했던 이승엽과 마해영을 각각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와 기아 타이거즈에 빼앗겼다. 둘은 올해 94홈런 267타점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합작, 팀홈런(213개)의 44%와 팀타점(744개)의 36%를 담당했던 주포들. 중심타선에서 남은 타자는 달랑 양준혁 하나 뿐이니 내년시즌 전력공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임기를 2년 남겨둔 '백전노장' 김감독에겐 더 없는 위기. 해태시절엔 돈 없는 서러움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선수들을 보내야 했지만 지금은 돈이 있어도 선수를 잡을 수 없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김감독은 이승엽을 데리고 싶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아휴, 그걸 말로 해야 아나. 당연히 잡고 싶었지.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승엽이는 무조건 떠날 거라고 예상해 아예 내년시즌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마해영을 잡지 못한 것 하고 내심 점찍었던 정수근(롯데)을 놓친 건 커. 우리가 규정대로 하다가 뒤통수 맞은 거지 뭐. 둘다 (사전접촉으로) 얘기가 다 돼 있었던 것 같아."

그에게 이승엽이 일본에서 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56호 홈런이 터진 날 "이승엽이 미국에 가면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만큼의 성적은 낼 것"이라고 말했던 김감독은 여전히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미국에 갈 때 야구인들 90%가 실패한다고 봤지. 그런데 성공했잖아. 그래서 야구는 모르는 거야. 기록경기가 아니거든. 한국에서 100m를 10초에 달리는 육상선수는 미국이나 일본에 가서도 10초대를 뛰는데 야구는 상대적인 경기라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게 돼 있지."

"야구는 해봐야 안다"는 게 김감독의 평소 지론. 그의 말처럼 위기를 맞은 삼성이 내년시즌 차포 떼고도 좋은 성적을 거둘 지도 모를 일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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