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베트남에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좀 더 옳게는 인도차이나에 그렇게 말해야 한다. 한국이 참전했던 전쟁은 인도차이나전쟁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경력이 있는 386세대 소설가가 인도차이나 3개국을 여행했다. 그의 여정은 풍광과 풍속을 만나는 여행이기보다는 역사의 격랑이 휘저어 놓은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을 물리친 베트남의 ‘영웅적’ 행위를 예찬하는 데 단 한 줄도 할애하지 않는다. 전후 베트남의 역사적 궤적에 대한 그의 질타는 깊고도 예리하다. 미국이 패퇴한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은 스스로 패권주의자가 되고자 했고 캄보디아를 침공했으며 라오스에 5만명이나 되는 병력을 주둔시켰다.
베트남 민족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호치민에 대한 저자의 평가 역시 냉정하다. “인간을 신에 가까운 존재로 만드는 것은 불행과 비극을 배태한다.” 호치민은 구소련이 동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각 나라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는 스탈린식 소비에트 노선을 인도차이나에 적용했다. 통일 후 경제정책 실패 등 각종 오류도 결국은 호치민 숭배 속에 모든 과오가 묻혀버리고 재생산된 데 기인한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나아가 저자는 베트남의 역사 자체가 침략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베트남민족은 11세기부터 지금의 남베트남 지역으로 남진을 계속했다. 사이공(현재 호치민시) 역시 17세기만 해도 ‘쁘레노꼬’라 불리던 캄보디아인의 땅이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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