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브라질 동북부의 오지인 카두노스.
‘선지자’로 자처하던 안토니오는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를 마련한다. 공화국 정부는 이곳을 반란지역으로 선포하고, 안토니오는 공화국을 적그리스도 세력으로 규정한다. 토벌군은 반란군 앞에 참패를 거듭하고, 소외된 온갖 사람들이 카두노스로 모여드는데….
작가인 요사는 ‘차기 노벨상 수상자’로 매년 거론되는 소설가이자 1990년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와 대결하기도 한 인물.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은 자전적 소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등 몇 권뿐이었다.
1981년 출간된 이 소설은 흔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교되는 방대한 규모와 서사성을 가진 ‘총체 소설(Novela total)’로서 독자와 문단의 찬사를 받아왔다.
소설은 수없이 다양한 개성의 인간 군상과 사건을 등장시키며 진행된다. 무정부주의자 갈은 유럽에서 실패한 자유혁명을 브라질에서 실현시키고자 찾아오지만, 교조적 종교운동에 가까운 반란군의 실체를 접하고 혼돈을 겪는다. 소설의 중심 화자인 ‘신문기자’는 정부군의 작전을 취재하다가 차츰 반란군의 이상에 감화된다. 정부군은 이윽고 봉쇄와 토벌을 통한 대규모 섬멸을 시도한다.
이야기에 끌려들면서 독자는 혼동을 겪게 된다. 선인은 어느 쪽이며 악인은 누구인가? 대립하는 모든 편이 정의감과 이상, 부패와 간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 작가는 단순 대립구도로 설명할 수 없는, 실제 세계 그대로의 복잡무쌍한 군상을 펼쳐보인다. 특정한 가치에 기울지 않았다는데 요사와 이 작품이 가진 ‘총체성’의 매력이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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