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용택 의혹’ 뿌리까지 캐라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51분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 군납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천용택 의원이 어제 경찰 소환에 불응한 것은 잘못된 처신이다. 경찰이 현직 국회의원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 만큼 천 의원이 떳떳하다면 소환에 응해야 했다. 이전 정부에서 국방장관과 국정원장 등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은가.

이원형 전 국방품질관리소장의 뇌물 수수 혐의로 시작된 무기도입 비리 사건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군납업체 세 곳이 이씨에게 거액을 건넸고, 천 의원의 수천만원 수뢰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의 차명계좌 10개에 있는 27억원과 군납업자를 조사하면 또 무슨 부정 비리가 드러날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도입한 무기에 무슨 결함은 없을까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 혈세가 쓰이는 무기 구매에 부정한 수법을 동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70만 군에 대한 모독이자 국가에 대한 반역이다. 정치권이건, 전현직 군 수뇌부이건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비리의 근원까지 파헤쳐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국방부의 한심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씨의 비리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할 국방부는 사건이 터진 뒤에도 경찰 수사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게 과연 전력증강비로 매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국방부가 취할 자세인가 묻고 싶다. 최소한 국민에게 사과하고 내부 조사를 시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무기도입 사업은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으로 인해 외부 감사에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방부는 걸핏하면 자체 감사기능 강화를 내세웠지만 이번에 그것도 빈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런 부실한 시스템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군 통수권자와 수뇌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군납 및 무기도입 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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