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강 회장은 간담회에서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차를 타고 오는데, 길이 막히자 차를 놔두고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서둘러 오다보니 화장실 들를 시간도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수첩에 있던 지하철 노선도를 꺼내서 보여주더군요. 평소에도 자주 지하철을 이용한다면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끔 유명인사들을 만나지만,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왔던 분은 강 회장이 처음이었습니다.
27년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77세의 고령인 강 회장이 지금도 급한 일이 있으면 전철을 이용하는 이유는 이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을 거슬러가서, 강 회장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입니다. 당시 그는 어떤 독일인 교수와의 약속에 늦은 일이 있었는데, 교수로부터 “한번 약속 시간에 늦으면 신뢰를 잃는다”며 크게 질책을 당했답니다.
이후 ‘강신호 학생’은 결심을 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약속시간에는 늦지 않겠다.”
그러나 서울 교통상황을 감안하면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일찍 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늦으면 지하철을 타곤 한답니다.
그런데 요즘 강 회장도 약속을 가끔 어긴답니다. 전경련 회장이 되고 나서 갑자기 참석해야 할 모임이 생기면 선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코리안 타임’이란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약속시간에 늦지 말자”는 캠페인도 있었지요. 지하철 타고 약속장소에 온 ‘노(老)회장’의 모습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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