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2월 15일자 동아일보 ‘휴지통’에서>
▼전력난 극심…세도가에 '우선공급'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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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은 서울 일원에 전기를 공급하던 ‘경선전기’의 약칭으로, 당시 남한에는 경전과 남선전기, 조선전업 등 3개 국영 전력회사가 있었다(이들은 61년 한국전력으로 통합됐다).
공급이 절대부족이다 보니 독점업체였던 이들 전력회사의 위세는 대단했다. ‘5·14 단전 조치’ 이후 제한된 전력을 산업시설과 공공기관에 우선 공급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특선(特線)제’를 빙자해 고관, 세도가 및 전력회사 직원 등에게 특혜를 주는 일이 빈번했다.
일몰(日沒) 무렵부터 고작 2, 3시간 전기를 쓰던 서민들로선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쌀 한 가마니가 48환40전이던 당시, 한 달 기본료 40환에 100W 백열등 1개에 5환90전, 라디오 1대에 10환, 다리미 1개에 150환 등 전기용품별로 정액이 추가되는 고가의 요금제 역시 원성을 샀다.
53년 12만kW/h에 불과하던 남한의 전력시설용량은 2003년 5600만kW/h가 되었으니 460배 이상 신장한 셈. 그에 반해 쌀 한 가마니의 도매가가 16만원인 요즘 TV에 냉장고까지 갖춘 요즘 일반가정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2만5000원선. 우리는 반세기 전에 비해 전기의 소중함을 너무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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