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심의 늦어지는 기막힌 사연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52분


국회의 새해 예산편성이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고도 예산계수조정소위원회 구성 문제를 둘러싼 정당간 줄다리기 때문에 심의 중단 상태에 빠져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각 정당이 예산을 ‘국민을 위한 나라살림’이라기보다 당리(黨利) 차원에서 더 챙기고 덜 뺏겨야 할 ‘떡 보따리’인양 생각하는 구태(舊態)가 바뀌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예산편성에 최우선을 두어야 할 예산국회에서 정쟁(政爭)만 일삼다가 법정시한을 넘겼으면 그 후라도 서둘러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해 새해 예산집행에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매진하는 마지막 성의나마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차지한 민주당은 그 아래의 계수조정소위원장까지 맡겠다며 며칠씩 버티다가 예결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구 의원이라면 소위원장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다시 한나라당이 소위원장을 박종근 의원에게 맡기겠다며 합의 번복을 요구해 예산심의가 중단됐다. 그 이면에는 예산심의에 있어서 당리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인 이 의원에 대한 상대당의 선호와 자당(自黨)의 기피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각 정당은 누가 계수조정소위원장을 맡으면 자당에 유리하거나 덜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라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런 정당들이 그야말로 국민의 편에서 예산심의를 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각 정당은 이 같은 우려를 씻어 주는 방향으로 소위를 당장 구성해 예산심의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소위 문제로 시간을 더 끌다가 각 정당이 ‘끼워 넣기, 나눠먹기’ 행태까지 되풀이한 끝에 해를 넘겨 예산을 졸속 편성한다면 정말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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