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골프 잘 치면 저렇게 TV에 나오는 거야? 그럼, 나 골프할래.”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꿈의 무대’인 미국PGA 투어카드를 획득한 나상욱(20·코오롱엘로드). 12년 만에 꿈을 이룬 그가 17일 금의환향했다.
“서울에 오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살고 싶은 곳 딱 두 곳만 고르라면 바로 서울과 로스앤젤레스입니다. 취재진이 많이 나오셔서 놀랐습니다.”
주위에선 어린 나이에 큰일을 해냈다고 하지만 그는 “경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미국PGA 정규투어만 빼면 세계 남자프로골프투어를 모두 뛰어본 터가 아닌가.
“투어카드를 획득하고 나니 대접이 달라졌다”는 그는 “귀국하기 전 부치 하먼 스쿨 연습장을 찾았는데 평소에 쓰던 연습볼이 아니라 내가 경기에 사용하는 볼을 내주더라”며 자랑스러운 표정. 그는 세계적인 골프코치인 하먼에게서 칭찬과 당부의 말을 동시에 들었다.
“나(하먼)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내년에 우승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라.”
삼수 만에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과한 그는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첫번째 낙방 때는 충격이었죠. 두 번째인 지난해에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올해도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기뻐하실 부모님과 형 모습을 떠올리니 힘이 났어요.”
지난해 아시아PGA투어 신인왕인 그의 내년 목표는 기회가 평생 한번 뿐인 미국PGA투어 신인왕. 물론 쉽지 않은 목표다. 하지만 그는 “1승만 하면 가능할 것 같다. 열심히 하면 못할 것도 없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얼마나 될까. “(웃으며) 마음껏 휘두르면 400야드는 날아갈걸요. 골프코스가 고지대에 있는지 바닷가 옆인지, 또 기온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300야드는 자신 있습니다.”
그가 귀띔해준 주말골퍼에게도 요긴한 샷 요령 두 가지. 첫 번째는 피칭웨지샷. 이번 Q스쿨 마지막 홀에서 맞바람이 부는데 핀까지 거리는 90야드. 캐디는 샌드웨지를 권했지만 그는 피칭웨지를 잡았다고.
“하먼한테 배웠어요. 피칭웨지를 짧게 잡고 가볍게 끊어 치면 볼은 그린에서 한번 앞으로 튄 뒤 바로 서거든요. 만약 샌드웨지를 사용했으면 백스핀이 걸려 버디를 잡지 못했을 거예요.”
또 한 가지는 핀을 공략하는 방법. “저는 핀이 왼쪽에 있으면 드로샷, 오른쪽 끝에 있으면 페이드샷으로 그린 가운데를 공략해 굴려서 붙입니다.”
미국PGA투어 그린은 핀이 그린에지에서 서너 발자국 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먼이 애제자인 나상욱에게 특히 강조한 내용이란다. 나상욱의 내년 시즌 첫 출전대회는 아직 미정. 네 번째 대회인 AT&T페블비치 출전은 확정됐지만 앞서 열리는 대회에서도 초청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나상욱은…
생년월일: 1983년 9월 15일
체격: 1m81, 75kg
가족관계:나용훈(50) 정혜원씨(46)의 2남중 차남
출생지:서울 취미:영화감상, 스키
출신학교:명지초교→팜크레스트 초교→
라 캐나다 중학교→다이아몬드바 고교
좋아하는 골퍼:타이거 우즈,프레드 커플스
미국이민:8세 때(미국명 케빈 나)
골프입문:9세 때(프로입문 18세)
미국PGA투어 입문:2003년 Q스쿨 공동21위
주요경력:골드스테이트투어(아마추어투어) 13승(8회 연속 우승 포함)
2001년 미국주니어 랭킹 1위
2002년 볼보마스터스(아시아PGA투어) 우승
아시아PGA투어 신인왕, 최저타수상(69.82타)
2003년 두바이클래식(유럽PGA투어) 공동6위
인천공항=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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