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서로 다른 색상으로 된 8장의 카드를 양복 윗도리 안주머니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닌다. 이 카드야말로 김 감독의 ‘작전 내공’이 들어 있는 비방. 가로 8cm, 세로 20cm 정도의 사이즈에 깔끔하게 코팅을 한 이 카드는 김 감독이 공을 들여 직접 제작한 것.
그는 “체육관 소음이 심할 때 목소리만으로 작전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애먹을 때가 많았다. 카드를 쓰면 굳이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빨강 노랑 검정 3가지로 시작한 카드는 5가지를 거쳐 올 시즌 8장으로 늘어났다. 시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강렬한 색깔을 골랐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예전에는 주로 손가락 신호나 약속된 단어를 통해 작전을 말하다 보니 선수들이 놓칠 때가 있었다는 얘기. 경기 막판 접전 상황에선 다만 몇 초만 그냥 흘려보내도 치명적이라는 것.
오리온스의 간판스타 김병철은 “시끄러울 때 감독님의 의중을 빨리빨리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김 감독이 경기 도중 빨강색 카드를 빼 치켜들면 선수들은 일제히 “레드, 레드”를 외치며 약속된 공격을 펼친다. 이를 위해 시즌 전 색깔에 따라 서로 다른 공격 패턴을 수도 없이 반복 훈련했다고.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가 있듯 카드 패턴도 장기레이스에서 자주 써먹다 보면 상대팀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라운드마다 변화를 주고 있다.
오리온스는 30∼40가지의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19일 현재 단독선두 TG삼보에 1경기차로 뒤진 공동 2위에 올라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의 ‘8색 카드’는 다른 팀에는 ‘공포의 카드’로 불린다.
프로농구 감독 지시-스타일 | ||
맹장 | 김태환(LG) 김동광(삼성) 정덕화(SBS) | 다혈질. 신상필벌이 분명. 심판에 대한 항의도 서슴지 않음. |
덕장 | 김진(오리온스) 이상윤(SK) 추일승(KTF) | 부드러운 이미지.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는 달래는 스타일. 무표정. |
지장 | 신선우(KCC) 전창진(TG삼보) 유재학(전자랜드) | 강약의 조화.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 여우형. |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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