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구삼옥/항공 100년…꿈은 계속된다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37분


12월 17일은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지 꼭 100년 되는 날이었다. 비록 조종사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는 단순한 형태의 비행기였지만 이들의 성공은 세계 항공 애호가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고 채 6년도 지나지 않아 프랑스 사람 블레리오가 도버해협을 횡단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공중전에 사용되기에 이르렀는데 현대적인 항공기의 형태는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50년 이내에 거의 완성됐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도 민간항공기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현재의 여객기 형태도 5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초창기의 피스톤 엔진을 단 장거리 여객기의 조종실에는 5명이나 되는 승무원이 탑승했다. 조종사 부조종사 기관사 항법사 무선통신사가 한 명씩이었다. 무선통신 장비의 발전에 따라 조종사가 통신사 역할을 겸할 수 있게 되면서 1960년대 초 무선통신사의 자리가 조종실에서 사라졌다. 1970년대 초반에는 관성항법장치의 발전에 따라 항법사가 자동화 기계로 대체됐다. 1980년대에는 컴퓨터의 발달에 따라 기관사가 관리하던 수많은 엔진 계기판이 조종사 앞의 모니터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면서 컴퓨터가 기관사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를 가능케 한 도구는 발전된 전자 통신 컴퓨터 기술이었지만 견인차는 운영비 절감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경제사회적 요구였다. 이제 조종석에는 기장과 부기장 두 명이 남아 있는데 조만간 조종복 차림의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항공인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조종복을 입은 사람은 승객을 안심시키고 개에게 먹이를 주는 역할을 할 것이고, 개는 그 사람이 조종간을 건드리려고 할 때마다 손을 물어뜯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계속되는 기술개발 덕분에 미래의 언젠가는 모든 항공기가 컴퓨터와 자동비행장치, 그리고 전 세계 요소요소에 설치된 무인 항법시설에 의해 무인화 공장의 생산라인이 움직이듯 자동으로 운항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변화의 조짐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평균 12%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인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다.

항공기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어 왔다. 한때는 음속의 6배의 속도로 날아서 아침은 한국에서, 점심은 미국에서, 저녁은 다시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박두할 것처럼 얘기됐다. 그러나 그 엄청난 개발비 부담이 회사의 명운을 건 도박의 수준이어서 확실한 미래를 보장할 기술 혁신과 경제성 확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좀 더 편리한 탑승을 원하는 승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심지에서 먼 공항으로 가지 않고도 항공여행을 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여객기의 등장도 예고되고 있다. 벨 헬리콥터사는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를 이용, 수직으로 이륙한 후 이 회전날개를 전방으로 전환해 프로펠러처럼 활용함으로써 헬리콥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항공기 BA609를 개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형식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항공기가 도입되면 활주로 없이 뜨고 내릴 수 있는 항공기의 대중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보수적인 전망으로서는 현재와 거의 유사한 형태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 경제성, 그리고 승객의 편의성을 훨씬 향상시킨 항공기가 등장하리라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미래의 항공교통량의 증가에 대비해 복잡해질 하늘 교통이 더 안전해지고 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이도록 하기 위한 연구를 미래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의 항공기술 발전이 100년 전 사람들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듯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0년 역시 엄청나게 변화하리란 것은 확실하며 아무도 그 정확한 그림을 그려내지는 못할 것이다.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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