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학원 특별단속본부’가 확실히 잡은 건 있다. 밤 10시 이후 교습이다. “심야교습과 함께 낮잠 자는 학생들이 줄어 학교교육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유 교육감은 자부했다. 그러나 정작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잃어 버리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며 단속이 끝나는 3월 10일만 기다린다. 7차 교육과정이 본격화되는 내년 대학입시는 성적에 전략을 겸비해야 합격 가능한 ‘정보전쟁’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교에선 이런 갈증을 풀어 주지 못하는데 전략에 능한 학원은 피 같은 시간을 몰수당했다. 이쯤 되면 과외잡기는 코미디를 넘어 비극이 되고 만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야 하는 법. 애당초 서울시교육청이 현실성 없는 단속으로 불법 고액 과외를 뿌리 뽑겠다고 학원가를 뒤진 것부터 잘못이었다. 족집게과외 성수기인 수능시험이 끝난 뒤 단속을 시작한 데다 진짜 비싼 과외는 학원이 아니라 알음알음식의 개인교습이나 ‘과외방’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고액 과외로 소문난 학원은 단속 없는 경기지역으로 옮기든지 심야 아닌 새벽에 유유히 수업을 하고 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더니, 호랑이 잡으려다가 쥐새끼만 겨우 잡은 꼴이다.
▷코미디도 잘 하면 웃음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문화예술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웃음거리가 될 만큼 웃겨서는 안 된다’고 했듯, ‘과외와의 전쟁’은 코미디도 못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청의 본분은 학교교육의 질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거다. 그런데 한 달간 2억5000만원이나 쓰며 학원단속을 하고 있으니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학원 과외는 개인 고액 과외를 시키지 못하는 서민의 유일한 학습 대안이기도 하다. 공교육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사교육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자명한 진리를 왜 교육청 사람들만 모르는 걸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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