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카드, 고객은 안중에 없는가

  • 입력 2003년 12월 23일 18시 49분


외환카드가 그제 오후부터 현금서비스를 중단해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였다. 연말을 맞아 급히 현금을 써야 할 고객들은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의 억울한 피해자다. 합병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노조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니 유감스럽다. 고객의 불편이나 국민의 불안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외환카드 노조는 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 목적은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막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은 합법 불법을 떠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외환카드는 외환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500억원을 다 쓰고도 연말까지 3400억원의 유동성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회사의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 파업을 한다니 누가 공감하겠는가.

노조는 대주주의 증자를 통한 독자생존을 요구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외환카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을 일신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카드채보다 안정적이고 비용이 덜 드는 자본조달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자면 합병이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외환은행의 책임도 크다. 외환카드가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데다 외환은행마저 은행법상 자회사 지원한도가 꽉 차서 유동성 부족이 빚어졌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금융전문가는 드물다. 외환카드를 직접 지원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지원할 방법은 있다고 본다.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지금의 사태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외환은행은 고객의 피해와 금융시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는 데 전력을 기해야 한다. 고객이 없으면 대주주도, 노조도 없다. 외환카드 노조도 명분 없는 파업을 철회하기 바란다. 먼저 고객을 생각하고 회사를 살려야 한다.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은 경영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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