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용병 맥도웰 ‘우울한 성탄’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8시 07분


프로농구 코트를 종횡무진 휘젓는 ‘검은 탱크’ 조니 맥도웰. 한국생활 7년으로 한국 사람이 다 되다시피 했지만 올 크리스마스엔 유난히 외로움을 탄다. 사진제공 모비스
프로농구 코트를 종횡무진 휘젓는 ‘검은 탱크’ 조니 맥도웰. 한국생활 7년으로 한국 사람이 다 되다시피 했지만 올 크리스마스엔 유난히 외로움을 탄다. 사진제공 모비스
“여보. 당신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못해 미안하오. 아들(20개월)이 너무 보고 싶구려. 같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오. 시즌이 끝나는 대로 당신한테 달려가겠소….”

‘검은 탱크’로 불리는 모비스의 용병 조니 맥도웰(32). 그는 이국땅 한국에서 맞는 크리스마스가 벌써 7번째다. 프로농구 10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중 한국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그는 우리말도 잘해 ‘한국사람이 다 됐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 그도 명절 때면 어쩔 수 없이 향수병에 걸린다. 평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한국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밝혔던 터. 특히 미국인들에게 최대 명절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때는 그리움이 더할 수밖에 없다.

2000년 결혼 후 부인 크리스티(28)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휴가일정이 맞지 않아 오지 못해 맥도웰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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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 부인과 전화를 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만 더욱 간절해졌다. 애틀랜타에 있는 아들(조니 맥도웰 주니어)과는 인터넷화상을 통해 ‘간접 상봉’을 했다. 그는 평소에도 구단 숙소 인터넷에 아들의 놀이방을 연결해 놓고 멀리서나마 아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맥도웰은 올 크리스마스이브를 가족 대신 모비스의 통역 이도현씨(30)와 함께 보냈다. 이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울산 모비스 숙소에서 파스타를 손수 요리한 뒤 맥도웰을 초대했다. 모비스의 또 다른 용병 바셋(26)도 함께했다.

97년부터 3시즌 연속 외국인선수 최우수선수(MVP)를 휩쓴 맥도웰. 하지만 올 시즌 그의 입지는 좁다.

팀 순위가 바닥권인 데다 최희암 전 감독이 도중하차하는 등 분위기가 무겁기 때문이다. 또 예전에 골밑은 그의 독무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맥도웰 무용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여간해서는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쉬고 싶었지만 24일에도 체육관에 나가 연습을 했다.

맥도웰은 “올 시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팬들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모두가 즐겁고 들떠있는 크리스마스. 그럴수록 고향 떠난 용병의 애수는 더욱 짙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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