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도 거짓말 훈련을 시킨다. 초등학교 3학년인 K는 일기장이 두 개다. 하나는 선생님에게 매일 보여주고 검사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일기장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과 대화하는 진실이 담긴 프라이버시로서 보관하는 일기장이다. K가 일기를 두 개 작성하게 된 이유는 선생님이 일기 주제를 미리 내준 뒤 일기장을 검사하고 ‘잘 된’ 내용은 게시판에 공개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일기장에 자신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쓸 수 있겠는가.
▷수사기관과 법원, 의회의 청문 절차 등에서 거짓말을 막는 것은 판단 절차의 생명에 해당한다고 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도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거짓 진술과 허위 증언이 난무하고 진실이 왜곡된다. 소송에서 당사자가 선서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선서를 한 뒤 허위 진술을 했을 때 받는 처벌은 고작 과태료 200만원 정도이다. 선서한 증인이 위증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데도 실제 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준 정치가에게는 명예훼손죄로 고작 벌금 몇 백만원이 선고된다. 우리 국민에게는 ‘진실을 알릴 의무’가 공동체를 위한 ‘국민의 의무’라는 인식도 부족하다.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들이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며 증언을 꺼린다. 다른 사람들의 억울한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면 청탁을 받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거짓말에는 적극 나선다.
▷진실 발견의 도구로 거짓말탐지기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 초조, 양심의 가책 때문에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을 측정함으로써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심이 마비된 인격장애자에게는 소용없다. 나라 전체가 거짓말탐지기도 통하지 않는 양심마비자들을 배양해 내는 토양이 되고 있다. 삶에서 거짓이 쌓이게 되면 모든 일에 나쁜 영향을 주듯이,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거짓이 난무하게 되면 사회 전체의 건전한 정신이 무너져 내린다.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정신이 더 무너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배금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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