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여자농구]女농구감독들 “현대야, 함께 뛰자”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48분


“어려울수록 돕고 살아야죠.”

여자농구 현대 이영주 감독대행은 새해 첫날을 하루 앞두고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태릉선수촌에서 여자농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의 전화였다.

KCC가 현대 농구단에 이날까지 체육관과 숙소를 비워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바쁜 훈련 일정에도 후배 걱정으로 짬을 낸 것.

“연습할 곳이 없으면 우리 체육관이라도 반반씩 나눠 쓰면 되니까 걱정 마. 마음 편히 먹어야 돼.”

선배의 따뜻한 위로에 이 감독은 목이 메었다. 박 감독은 또 은행 고위층에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연수원을 현대 선수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느라 바빴다.

그는 “현대팀이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여자 농구는 공멸할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금호생명 김태일 감독 역시 이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나도 재정난이 심했던 나산 코치로 있어 봐서 그 심정을 잘 안다. 어렵더라도 힘내라”고 위로했다.

승부는 양보 못해도 코트를 떠나면 따뜻한 선후배의 정. 당장 선수들을 이끌고 갈 곳이 없는 이 감독이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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