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는 대세다.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인적 쇄신 없이는 부패와 비효율, 지역할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구태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꿔낼 수 없다. 행여 한나라당의 비주류가 당무감사 문건 유출을 빌미 삼아 이를 거스를 생각이라면 민심의 흐름을 너무도 모르는 것이다. 주류가 당권 장악을 위해 물갈이론을 동원할 개연성이 있다지만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만큼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놓고 당헌 당규에 따라 공천 작업을 해 나가면 된다. 이를 놓고 사생결단할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은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한다. 집권측의 무능과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던 때는 지났다. 새해 비전과 국정 대안을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가적 현안에 대해선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민생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면 클수록 야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개혁이 해를 넘기고 선거구를 기한 내 획정하지 못해 위헌사태가 온 것도, 비리 혐의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조리 부결된 것도 한나라당의 책임이 절반은 넘는다. 측근 비리로 대통령의 도덕성이 손상을 입었다고 해서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모금 죄가 가벼워진 것도 아니다. 세 싸움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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