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5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2004 총선 물갈이국민연대’를 결성해 특정 후보의 ‘당선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시민단체간의 교감(交感)설에 대해서도 “교감은 무슨 교감이냐. 교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아직 없었지만 청와대는 물갈이연대의 당선운동에 대해 ‘나 몰라라’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유 수석비서관의 답변을 들으며 기자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던 노 대통령의 당선 1주년 행사가 떠올랐다.
당시 노사모 주최로 열린 ‘리멤버 1219’ 행사에 직접 참석한 노 대통령은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며 “위대한 국민을 믿고 노사모가 다시 한번 떨쳐 일어서 달라”고 독려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운동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가 몸을 바쳐 뛰어야 할, 뛰어서 키워야 할 정치인은 누구인가.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라도 찾자.”
물론 상당수 정치인이 각종 비리나 수준 이하의 의정 활동으로 국민을 넌더리나게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원로 정치인은 사석에서 “현역 의원 중 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꼽아봤더니 60명이 채 안되더라”고 털어놓았다.
사정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총선에 대한 청와대측의 태도는 뭔가 당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당선운동을 위해 미리 군불을 지펴 놓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고개를 애써 돌리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리멤버’ 행사 때 청와대는 대통령 경호 규정까지 어기며 대통령의 참석 사실을 미리 언론에 흘려 인위적 동원을 노린 ‘꼼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까지 했었다.
“노 대통령의 정직함과 순수함이 좋았다. 그런데 요즘 보면 ‘잔꾀’ 정치를 하는 것 같다”는 정치권 안팎의 쓴소리를 청와대는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정용관 정치부기자 yongari@donga.com
구독
구독 0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