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은 82년 프로야구 출범당시 최고 연봉자였던 박철순의 2400만원과 비교하면 22년만에 무려 42배나 증가한 액수.
또 91년 1억500만원으로 처음 억대 연봉 시대를 연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85년부터 95년까지 11년을 최고투수로 군림하면서 받은 연봉 총액 8억9000만원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거액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연평균 2520만 달러·약 327억원)나 일본의 나카무라 노리히코(5억엔·약 55억원)에 비교하면 초라한 것 또한 사실.
그래서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의 간판스타가 그 정도는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옹호론이 있는가 하면 “점점 작아지는 프로야구시장을 고려하면 터무니 없는 욕심”이라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관련기사▼ |
스포츠전문지 등 에 따르면 정민태는 ‘팀을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공로(3승)와 연봉 상한선 20만 달러에 묶여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10억원 안팎의 돈을 받는 것’을 연봉 10억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민태는 지난해 정규시즌 다승(17승)과 승률(0.895) 1위 및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현대 정재호 단장은 14일 정민태에게 순수연봉으로 7억원을 제시했지만 거절 당했다.
정민태는 8억 5천만원을 요구했다.
정민태는 이날 “내 요구액을 밝힌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팬들이 내가 10억원을 요구했다고 구단 홈페이지와 내 홈페이지에서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연봉 10억 요구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정민태 외에 고액 연봉자로는 삼성 라이온스의 투수 임창용(5억원), 기아 타이거스의 이종범(4억8000만원)과 미계약자 중 현대 심정수와 SK 이상훈 등이 5억원 이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야구팬들 “요구액 너무 많다”▼
야구팬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정민태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것. 정민태의 소속팀 공식 홈페이지에는 “망해가는 기업 붙들고 그렇게 세게 부르시면 재정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 (sexydubu), “한국프로야구선수 한 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적가치가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된다는 기사를 본적 있다. 정민태선수는 지난 시즌 자신이 끌어들인 관중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wgw2806), “괜히 선수단에 위화감 조성하지 말고 트레이드 시켜라”(barni21) 등 정민태의 고액 배팅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특히 팬들은 점점 줄어드는 시장규모를 언급하며 선수 연봉도 시장 규모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프로야구 관중 수는 95년 540만 명(경기 당 평균 1만727명)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272만 명(경기 당 평균 5118명)에 그쳤다.
▼선수협 “10억이 뭐가 많아”▼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사무국장은 “팬들이 몸값 거품을 주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이 더 센 구단의 논리에 설득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나 사무국장은 “간판선수에게 6,7억원의 연봉을 주더라도 선수단 연봉이 총 구단운영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쪽에 불과하다. 8개월 가량 객지를 떠도는 고된 생활과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라는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10억은 가능한 액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1년 국장감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선수비용을 지불한다는 삼성의 2001년 구단 총 지출액은 217억원. 2년 동안 증가액이 없다고 가정하고 삼성의 지난해 선수연봉 총액 42억원과 비교해도 20%가 안 된다. 미국 프로야구의 경우 96년 각 구단의 평균 지출액에서 선수연봉,계약금,보너스 등을 포함한 지출액 비중은 60% 수준 이었다.
나 사무국장은 “여자 골퍼들이 수십억씩 받거나 같은 대중 스타인 연예인들이 CF 하나로 수억씩 받는 것은 말 안 하면서 유독 프로야구 선수의 고액연봉 얘기만 나오면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억울하다” 는 볼멘 소리를 했다.
▼ “이승엽이 국내 잔류했더라도 8억5000만원”▼
유명 야구해설가 A씨는 실명을 거론하지 말아달라는 조건으로 “너무 많다.우리나라 여건상 최고연봉자가 6억 5천에서 7억원 사이를 받는 게 적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A씨는 “아마 이승엽이 한국에 남아있더라도 올 연봉으로 8억 5000만원 정도밖에 못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전성기가 지난 정민태가 이번 기회에 많은 액수를 받으려는 욕심과 이를 계기로 후배들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구단들은 내부적으로 연봉상한선(샐러리캡)을 적용하고 있어 실직적으론 후배들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충고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의 강준호 교수는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선수와 구단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논란이 생기는 것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다면 논란은 계속 되풀이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현재 선수들의 몸값을 ‘왜곡된 형태의 시장가격’으로 규정했다.
강 교수는 “선수들은 프로야구를 순수하게 ‘프로페셔널 비지니스’로 생각하지만 구단은 광고효과만 낸다면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두 집단의 관점이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모기업의 홍보수단인 야구단이 1년에 수십억의 적자를 내더라도 우승만 한다면 적자액 보다 훨씬 큰 마케팅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는 것.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는 우리와 달리 돈을 벌 목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에 구단은 비지니스 동반자인 선수들과 시장을 키우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선수들의 몸값 또한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설명.
따라서 우리나라도 “프로야구단의 경영을 정상화, 합리화 해 돈을 버는 구조로 탈바꿈시켜 정상적인 시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 교수는 충고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