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욱순(39·삼성전자·안양베네스트GC)에게 지난해 12월 미국PGA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은 ‘악몽’이었다.
최종 3차전 최종 6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30cm짜리 파퍼팅을 놓치는 바람에 1타차로 미국PGA 투어카드를 놓쳤기 때문이다.
성적은 공동35위(6언더파 426타). 이 순위면 전년도엔 투어카드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부투어(네이션와이드투어) 상위 랭커에게 돌아가는 투어카드가 15장에서 20장으로 늘어나면서 Q스쿨 응시자 상위 35명에게 주어지던 투어카드는 오히려 35장에서 30장으로 줄었다.
“30cm 정도의 내리막 훅라이였죠. 가볍게 쳤는데 홀컵 바로 앞에서 공이 급격하게 왼쪽으로 휘더군요.”
“상금랭킹 20위 이내에 들면 정규투어에 직행할 수 있습니다. 1차 목표가 실패하면 또 Q스쿨에 응시해야 하지만 두 번 다시 실수는 없을 겁니다.”
강욱순은 3월말부터 2004년 미국PGA 2부투어 31개 대회 중 20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다음주 열리는 태국오픈 등 아시안투어 6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
국내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홀연히 ‘미국골프유학’을 떠난 강욱순은 스윙을 대폭 뜯어고쳤다. 미국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린에 떨어진 뒤 바로 공을 세울 수 있는 아이언샷이 필요했기 때문.
“미국골프장 그린은 무섭습니다. 낮은 탄도의 어설픈 샷은 여지없이 튀어나가 버리죠.”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 덕택에 비거리도 늘었다. 드라이버샷은 캐리로만 평균 280야드 이상, 아이언샷도 평균 1클럽 이상 늘었다고.
“150야드에서 전에는 8번 아이언을 잡았지만 지금은 9번 아이언이면 충분해요. 탄도를 높이고도 거리를 늘리는데 성공했습니다.”
해결해야할 문제는 많다. 언어소통도 그렇고 전담캐디와 로드 매니저 등 갖춰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2부투어는 대부분 시골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도시에서 열리는 정규투어보다 오히려 경비가 더 든다. 20개 대회에 출전하려면 20만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그동안 스폰서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모두 투자해야죠. 2부투어 경비 때문에 또 손을 벌리기는 그렇잖아요.”
‘불혹’을 눈앞에 둔 강욱순. “올 시즌 국내시즌은 사실상 포기했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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