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 차관급 인사는 이달 초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반문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선 총선을 위한 개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총선용 개각’은 없을 것임을 언명했다.
그러나 이런 노 대통령의 다짐이 설 연휴를 고비로 무너지는 것 같다.
총선 출마 얘기만 나오면 “공무원 노릇 오래하게 해 달라”(K장관) “총선에 나가라면 바로 사표 쓰고 관두겠다”(L장관) “자꾸 기사를 써서 흔들면 소송을 내겠다”(K차관)며 펄쩍 뛰던 장차관들이 하나 둘 출사표를 던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도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정만호(鄭萬昊) 의전비서관까지 출마가 거의 확정된 듯한 분위기다. 이들도 총선 얘기만 나오면 한결같이 눈을 부라리면서 “나는 아니다”고 부인했던 사람이다.
완강히 버티던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은 최근 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이고 내 팔자야”라고 자탄의 소리까지 내뱉었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것이라던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분구 지역인 수원 영통 지역 출마가 확정적이라는 얘기가 관가에 파다하다.
물론 장차관이나 청와대 참모라고 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결같이 무언가 총선에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떼밀려 출마를 결심한 듯하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장관직은 2년 정도 보장했으면 한다”며 임기제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노무현 1기 내각은 이런 다짐과는 거리가 멀게 이미 ‘총선용’으로 변질된 듯하다.
당장 눈앞의 한 석을 더 얻기 위해 혹시라도 노 대통령이 초심(初心)을 잊은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최영해 정치부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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