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는요. 오히려 후배들 보기 민망하죠. 벌써 3학년2반(서른두살)인데요.”
프로농구 올스타전 인기투표에서 3년 연속 최다 득표. 기쁜 소식에 활짝 웃을 것 같은데 오히려 쑥스럽다는 듯 뒤통수를 긁는다.
‘컴퓨터 가드’ 이상민(32·KCC). 그는 26일 한국농구연맹이 발표한 올스타전 팬 투표 최종집계에서 10만9087표를 얻어 2위 김승현(오리온스·9만517표)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02년부터 팬 투표로 진행된 올스타전 ‘베스트5’에서 해마다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 6회연속 올스타 선정으로 최다연속 선발기록.
90년대 중반 연세대와 상무를 거치면서 하루에 팬레터를 1000통 가까이 받으며 오빠부대의 우상으로 불린 이상민. 그러나 어느새 농구 코트에서 중년도 훨씬 넘겼다는 삼십 줄에 들어섰고 다섯 살 된 딸과 세 살 바기 아들을 둔 가장이니 팬들의 관심에서 잊혀져갈 시기.
●"서른둘인데…인기비결 잘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상민의 인기는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 여전히 뜨겁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있는 그의 팬 카페 ‘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회원수는 8000명을 넘는다. 이상민을 앞세운 KCC는 ‘전국구 팀’이라는 얘기까지 들으며 홈인 전주는 물론 원정경기에 가서도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다.
그 비결은 뭘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특별히 팬을 관리하면서 1년에 몇 번씩 행사를 갖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 스타일도 화려한 3점포나 득점과는 거리가 멀고 패스나 어시스트에 주력하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
“스캔들이 없고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는 했습니다.” 그의 별명이 바로 ‘산소 같은 남자’다.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도 인기의 원동력이라는 풀이. 이상민은 자신의 첫 인상을 차가운 편이라고 했다.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를 웬만하면 피하거든요. 이젠 팬들도 그런 데 나가지 말라고 해요. 뭐든 다 까발리는 것보다 숨어있는 게 신비롭게 보이나 봐요.”
●스캔들 없고 조용한게 어필
국내 포인트 가드로 첫 손가락을 다투는 이상민은 올 시즌을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현대 시절이던 1998년과 99년 2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낀 뒤 5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췄다는 것. 예전 우승멤버인 조성원 추승균과 다시 뭉쳤고 용병도 최강이라는 민렌드, 바셋과 손발을 맞춘다.
“팬들의 함성 소리는 한 발 더 뛰게 만드는 큰 힘이에요. 멋진 플레이와 우승으로 보답해야죠.”
‘영원한 오빠’ 이상민의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2004 올스타전 ‘베스트5’▼
△중부(TG삼보,전자랜드,삼성,SK,SBS)=신기성 김주성(이상 TG) 서장훈 주희정(이상 삼성) 문경은(전자랜드)
△남부(KCC,오리온스,LG,KTF,모비스)=이상민 추승균 민렌드(이상 KCC) 김승현 레이저(이상 오리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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