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의 ‘직언(直言)’은 당의 공천 작업이 시대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뭔가 새롭게 바꿔 보려는 ‘개혁 공천’의 의지가 기득권 논리에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당이 지향할 가치와 안 맞는, 당 정체성의 마지노선을 넘는 사람까지 단수공천으로 정해놓고 제대로 해명도 못 한다”는 이씨의 말 속에는 당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배어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를 출범시키면서 부패·비리, 지역주의, 기회주의적 처신 등으로 지탄 받아온 인사들을 배제하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대거 발굴해 당의 대변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공천심사위원 절반을 외부인사로 충원한 것도 그런 뜻이었다. 의원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도 분위기 조성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조금씩 드러나는 공천자의 면면을 보면 그런 다짐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가 봐도 이제는 물러가야 할 흘러간 인사가 단수 추천되는가 하면, 현역 의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우수한 신인이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이씨의 지적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집권측의 무능과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만 취하는 정당, ‘차떼기’로 상징되는 부패·비리 정당, 과거에 안주하는 낡은 정당이란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개혁 공천’에 한나라당의 미래가 걸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