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호갑/'일자리'가 최우선이라더니…

  • 입력 2004년 1월 29일 19시 08분


2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빌딩 20층 노사정위원회 회의실. 올해 최대의 화두인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위 제30차 본회의가 열렸다.

노사정의 실질적인 대표들이 모여 노동계 현안을 다루는 이 회의엔 노동계에서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 위원장, 사용자측에서 김창성(金昌星)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2명, 그리고 장관급 정부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석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장관급 정부위원들은 모두 불참하고 차관 3명이 대신 참석했다. 1998년 1월 노사정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장관,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은 청와대 주최로 대전에서 열린 균형발전시대 개막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이유로 불참했다.

그 대신 박길상(朴吉祥) 노동부 차관과 김칠두(金七斗) 산자부 차관, 이동걸(李東傑) 금감위 부위원장 등 3명이 정부위원으로 참석했다. 회의가 끝난 뒤 공익위원 A씨는 “아무리 정부 행사가 중요해도 장관이 한 명도 안 나오는 건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남순 위원장은 “노사정 대표가 함께 일자리 만들기를 고민해야 할 자리에 정부위원이 모두 불참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러니 노사정위 위상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관례상 자신이 꼭 가 봐야 하는 한국노총 제주도본부 대의원대회에도 불참했다.

김창성 회장은 “노사정위 1기부터 본회의가 30회 열렸지만 오늘처럼 정부위원 전원이 빠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 A씨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주재했던 2번의 회의에는 노사정위와 상관없는 총리와 여러 장관도 참석했다”고 꼬집었다.

균형발전시대 개막 선포식도 중요한 행사일 수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정부의 최우선 정책을 앞장서 다뤄야 할 정부위원들이 반드시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이호갑 사회2부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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