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 ‘짱’ 신드롬이 일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나타내는 ‘노짱’ ‘송짱’ ‘안짱’ ‘효리짱’에서부터 신체적 인간적 매력을 의미하는 ‘얼짱’ ‘몸짱’ ‘맘짱’, 특별한 능력을 의미하는 ‘쌈짱’ ‘춤짱’ ‘말짱’을 넘어 인물 반반한 특수강도 수배자를 가리키는 ‘강짱’, 그리고 미모와 말솜씨로 공천을 따낸 젊은 ‘정치얼짱’까지. 짱은 일본에서 이름 뒤에 붙이는 애칭인 ‘짱(ちゃん)’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으뜸 직책 또는 그 직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 ‘장(長)’이 어원이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그렇다면 짱의 반대는 ‘치(癡)’다. ‘음치’ ‘몸치’ ‘길치’ ‘기계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음치 외에는 모두 어법에 맞는 말이 아니다. 나머지는 모두 음치에서 유추(類推)해 만들어 낸 말로 치는 이제 접미사화한 느낌마저 준다. 치는 또 ‘이치’ ‘저치’ ‘장사치’에서처럼 맨 뒤에 붙어 남을 낮춰 부를 때 사용되기도 한다. 조선조 때 ‘평치’라는 말은 실력이 있어도 중앙 정계에 진출할 수 없었던 평안도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말이었다.
▷특정분야의 짱은 다른 부문의 치인 경우가 있다. 짱이 치 되고, 치가 짱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인터넷 공간에 짱이 ‘최고를 뜻하는 말’이라는 의미와 함께 ‘짜증’의 준말이라는 해석이 돌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짱에 대한 숭배가 지나치면 짜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치가 짱이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여성 연예인은 노래 못하는 것을 오히려 상품성으로 들고 나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은 한 인간에게 결코 두 가지 축복과 재주를 동시에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한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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