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두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은 총선연대가 내놓은 명단을 공천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반발하면서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 소속 인사 상당수가 민주당에 깊숙이 관계했다”고 비판하자 총선연대와 민주당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대통령은 민주당의 다수당 여하에 구애받지 말고 공명선거를 치러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마음을 비울 것’을 주문했다.
▷위의 네 장면에서 이름만 몇 군데 바꾸어보라. 그러면 4년 전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낙선운동을 즐기고 있고, 야당들은 반발하고 있으며, 추기경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 두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낙선운동의 대상이 되고만 민주당이 이 운동에 대해 입장을 바꾸었다는 점과, 이번에는 시민단체를 참칭하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그룹까지 운동에 가담하고 있어 지난번보다 상황이 훨씬 혼탁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운명을 지켜보면서 부메랑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호주 원주민이 사용하던 사냥도구로 던지면 목표물을 맞히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무기다. 익숙지 못한 상태에서 쓰면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 기구인 것이다. 4년 전 민주당은 낙천·낙선운동이 이런 무기가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이 점은 4년 후 열린우리당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국정치에서 4년 후를 걱정하는 것이 책상물림의 기우(杞憂)일지 모르지만.
김일영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정치학 iy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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