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장례까지 총선에 이용?

  • 입력 2004년 2월 10일 21시 59분


고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장례절차와 관련해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와 부산지역 의원들에 대해 뒷말이 무성한 편이다.

“친구야! 이 엄동설한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노.”

고교 동기인 40년 친구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의 조사(弔辭)는 8일 부산시청 뒤편 옥외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5000여 조문객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너무 힘들다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구치소 앞에서 데모를 해서라도 자네를 병보석 시키지 못한 것이 지금 내 가슴에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귓전을 맴도는 부산사투리가 섞인 이 조사에는 친구로서 고인을 애도하는 슬픔이 짙게 배여 있었다.

그러나 조사 등 장례 과정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소속 부산지역 의원들의 행태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구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 대표의 조사는 당초 ‘정치성을 배제한다’는 장의위원회와 유족 측의 방침에 따라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최 대표의 조사와 수영구 남천동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앞 노제 등 2가지 요구사항이 ‘물 건너갈’ 상황에 처했던 것.

이에 부산지역 의원들은 안 시장의 부인을 설득해 최 대표의 조사 참여만 얻어냈다.

또 다른 당의 요구를 내세워 “안 된다”고 버틴 부산시 간부들로 구성된 장의위원회에는 일부 의원들이 윽박지르다시피 해 조사 참여를 관철시켰다.

“우리 당이 공천해 낳은 ‘옥동자’인데 우리가 조사를 못한다면….”(권철현 의원), “조사에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이 ‘헌법’에 있느냐.”(김병호 의원)

또 다른 한 의원은 빈소에서 “기자××들 다 어디 있느냐. 여기 안 있고 어디 갔느냐”고 고함치기도 했다.

이 같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는 경건해야 할 장례 절차에 맞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부산시 안팎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안 시장의 장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한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노승조 부장은 “안 시장의 장례 과정에서 보인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의 언행은 지역 민심을 읽기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으로 비춰져 씁쓸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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