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당 부대변인을 통해 반박했지만 그렇다면 직접 나서 해명하는 것이 옳다. 김대중 정부 시절 권씨가 엄청난 규모의 정치자금을 주무르며 당내 유력인사들에게 배분해 왔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정 의장도 “정치선배가 주는 정도의 액수를 받았다”며 권씨로부터 돈 받은 것을 사실상 시인하지 않았는가.
정 의장은 젊고 깨끗한 이미지로 당의장에 당선됐고 이후 줄곧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정치행보가 신뢰를 얻으려면 자신을 얽매고 있는 검은돈의 그림자부터 걷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 의장이나 우리당이 내세우는 어떤 개혁도 국민에게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민주당 한화갑 의원의 대선후보 경선자금에 대해 수사하면서 경선 마지막까지 뛴 노무현 대통령과 정 의장은 제쳐두고 패자(敗者)만 수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이 뒤늦게 두 사람에 대한 수사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제대로 될지 의구심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 의장이 먼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검찰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는 게 정치지도자로서의 바른 처신이다. 권씨도 운만 떼지 말고 자신이 준 경선자금의 전모를 상세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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