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6자회담 ‘회의는 춤춘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제2차 6자회담이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1차 회담이 작년 8월이었으니 반년에 한 번, 달팽이 걸음이다.

미국은 북한 핵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즉시, 전면적으로 폐기하라고 한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즉각 중지하고 문서로 불가침 보장을 하라고 맞서고 있다.

회담 주최자 격인 중국이 ‘미국은 북한에 불가침을 약속하고 북한은 핵계획을 일단 동결한다’는 타협안을 들고 돌아다닌 끝에 가까스로 회담이 열리기에 이르렀다. 과연 회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미국은 작년 말부터 압력을 더욱 강화해 왔다. 사담 후세인을 체포했고 리비아 최고지도자 카다피로 하여금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를 표명하게 했다. 나아가 파키스탄 ‘원자폭탄의 아버지’ 칸 박사한테서는 핵 확산 비밀공작을 자백받았다. 칸 박사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에 협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압력이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틀림없다. ‘대화와 압력’이라는 말이 있다. 대화만으로는 내용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압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압력만으로는 쓸모 있는 압력이 생기지 않는다. 대화가 있어야만 그것을 압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부시 정권의 북한정책은 당초 압력을 위한 압력에 기울었다. 대화 거부, ‘악의 축’ 호칭, 선제공격 대상화 등 감정적인 반발 일색이었다. 최근에야 비로소 이성적인 계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을 중시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참가국들이 어떻게 해서든 교섭을 타결짓겠다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대선 때까지는 북한 문제로 골치 아프고 싶지 않다. 북한을 조용하게만 만들면 그런대로 성공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모습을 내외에 과시하는 데서 쾌감을 맛보고 있다. 한국은 6자회담을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를 막아내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주된 관심인지라 6자회담 자리를 확보하기만 하면 좋다.

달팽이 같은 스텝으로 회의는 춤춘다. 참가자들은 달팽이 요리를 즐기며 ‘슬로 푸드밖에 없군’ 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한가한 기미도 있다.

일본은 어떤가. 북-일관계 정상화 교섭은 핵과 납치 문제로 중단됐다. 6자회담이 진전되지 않으면 북-일관계도 진전되지 않는다. 납치 문제는 인도적인 문제이다. 언제까지 늦춰 둘 수 없다. 일본 외무성 관리들이 평양으로 떠났으니 이 문제에 새로운 전기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핵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방북 시찰단에 플루토늄이라며 은백색 물체를 보여주었다. 협상 재료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뿐이다. 1년에 원자폭탄을 1개나 만들 수 있을까 말까 한 능력밖에 없다. ‘대단한 핵위협은 될 수 없다’는 말이 회담 관계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극비계획을 계속 추궁할 생각이다. 제2차 회담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 들고 나올지, 북한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초점이다.

그래도 북한이 자리를 박차고 방을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6자회담이 계속되는 한 미국의 공격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예상 외로 미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지도 모른다. 6자회담을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 케리 후보의 약진을 세계에서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닐까.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