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 지친 대의원들은 일단 정회하고 두 후보의 합의를 기다리되 성사되지 않을 경우 27일 총회를 다시 열어 재투표하기로 했다.
이날 총회는 겉으로는 평화적, 민주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무지와 탈법이 판을 쳤다.
후보 추천과 등록, 공고, 선거운동 절차에 대한 논의가 선행 안건으로 올라 있었음에도 이를 뒤로 미룬 채 회장 선거부터 했다. 개혁은 뒷전이고 눈앞의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던 셈.
1차 투표가 끝난 뒤엔 뒤늦게 새 회장의 임기가 구 전 회장의 잔여 임기인 1년인지, 남은 1년과 함께 다음 4년이 보장되는지 격론이 벌어졌다. 후보들이 자신의 임기조차 모른 채 입후보했다는 얘기다.
2차 투표에서도 동수를 이루자 별별 의견이 다 나왔다. “서로 합의하게 하자”부터 “김 위원은 회장, 이 협회장은 상임부회장이 되면 되지 않느냐” “다른 후보도 내 다시 뽑자” 등. 뒤늦게 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보다는 나을 겁니다.” 한 태권도인은 이날 총회장의 분위기를 자조 섞인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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