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아시아 곳곳에서는 소위 ‘가라유키’라는 일본의 유랑 창녀가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적인 서비스를 위해 여성을 수출하는 전통을 지닌 일본은 한국 여성도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갔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 그들이 납치하거나 속여서 데려간 우리 할머니들은 유럽의 창녀도, 로마시대의 노예도 아닌 동방예의지국의 평범한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노예가 되어 원치 않는 창녀로 전락했다가 귀향한 그들은 그 후 자신을 용납하지 않는 폐쇄적인 우리 사회의 가치관 때문에 반세기 동안 침묵을 지켜야 했다. 이렇게 군위안부들은 끌려갈 때 한 번, 돌아와서 한 번, 모두 두 번 죽었다.
▷최근 한 유명 여자 탤런트와 기획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세 번째 죽이는 맹랑한 짓을 했다. 위안부를 모티브로 예술도 외설도 아닌 정체불명의 세미누드를 찍어 동영상으로 서비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기 좋아하는 네티즌들도 이번 일에는 비난 일색일 정도로 격분했다. 타깃 소비자층을 화나게 하는 것은 최악의 마케팅 전략이다. 물론 수익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면 별문제지만.
▷아무튼 그 탤런트도 세 번 죽었다. 신비로워야 할 여배우가 옷을 벗은 것으로 한 번 죽었고, 역사가 뭔지 위안부가 뭔지 모르는 천박한 지적 능력을 드러낸 것으로 두 번 죽었고, 자신의 존재 이유인 팬들에게서 외면당한 것으로 세 번 죽었다.
박성희 객원논설위원·이화여대 교수 shpark1@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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